1.
에머랄드는 필사적으로 살았었다. 들실장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고 사랑하는 주인님과 헤어진다는 것은 더더욱 할수 없었다.
“어라? 너 그거 숫자를 센거니?” “그런데스...”
그녀가 주인을 만난 것은 여름의 늦더위가 한참을 기승을 부리던 때였다. 들실장들이 지내기에 가장 힘든계절이라고 하면 보통은 겨울을 꼽을 것이지만, 조금이라도 지혜가 있고 연륜이 생긴 2년차의 실장들에게 물어본다면 다들 여름이라고 할 것이다. 추위는 그 자체가 흉기로서 들실장들의 목숨을 빼앗아 가지만 각종 보온재들-신문지,낙옆,스티로폼등-을 이용하면 어느정도 극복이 가능하다. 그리고 아주 생존에 유리한 장점도 제공하는데 추위가 기승을 부리면 학대파도 자취를 감춘다. 영하의 날씨에 눈맞아 가면서 실장석을 정력적으로 때려죽이는 학대파는 손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에 추위가 심해질수록 역설적으로 살 수 있는 확률도 늘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여름은 다르다 한 낮에는 작열하는 태양이 지표면의 온도를 살인적으로 올리기 때문에 열사병으로 성체실장석도 사망하기 일수이고, 들실장들의 고질적인 문제인 식수부족은 여름철에는 목숨과 직결되기 마련이다. 가혹한 낮이 끝이나면 여름밤은 그야말로 학대파를 위한 무대가 된다. 열대야에 시달리는 학대파들은 풀스윙 빠루질 한방으로 숙면을 보장받는 것이다. 열대야가 일주일이상 지속되는 경우 완전 구제에 가깝게 실장석들이 줄어들기도 한다.
그녀는 막 성체실장석이 되었었다. 그녀가 자실장이던 무렵 친실장은 먹이다툼을 하다가 다른 들실장이 찌른 못을 맞고는 시름거기다 죽었다. 차녀는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뛰쳐나갔다. 남은 3자매들은 친실장의 썩어버린 시체 앞에서 굼주림에 서로를 잡아먹었다.
“장녀짱 그만두는 데치, 아픈데챠!!!” “치프프프... 안되는 데치, 4녀짱은 내가 먹어버리는 데츙~♡”
실장석이나 사람이나 평소의 모습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극한의 상황이 오면 그 본모습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만두는 데챠!!!” “치벳!” “아픈데치... 와타시의 몸이 없는 데치...”
평소부터 다른 자매들에 비하여 영특하던 3녀는 친실장이 숨겨둔 못을 쓸 기회를 재고 있었고 4녀를 먹는데 정신이 팔린 장녀의 뒷머리에 못을 박아넣는데 성공하였다. 못을 집어던진 3녀는 머리만 남은 4녀를 집어들었다. “4녀짱 정신차리는 데치! 이제 괜찮은 데치!” “...” 아무리 실장석이 엉터리 같은 회복력을 지니고 있어도 머리만 남은 상태에서 살아남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텅빈 눈으로 4녀의 머리였던 것을 보던 3녀는 그제서야 죽어가는 장녀를 보았다. “왜그랬던 데챠! 다 같이 힘을 합쳤으면 살수있었을지도 모르는 데챠아아아!” “3녀짱” “어쩔수 없었던 데치, 장녀짱을 막지 않았으면 내가 죽었는데챠! 죽기싫은데챠! 죽는건 무서운데챠아아아아!!!” “3녀짱” 평소와 같이 상냥한 목소리. 아침잠 많은 와타시를 깨워주던 목소리. 마마가 없을때에는 응석을 받아주며 자장가를 불러주던 그 목소리. “...장녀짱...?” “죽여줘서 고마운 데치” 색이 다른 피눈물을 흘리며 장녀는 자신을 막아준 3녀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장녀짱! 나는...” “마마...” 파킨
실장석이나 사람이나 극한상황의 모습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마지막이 오면 그 본모습을 나타나는 것이다.
장녀의 죽음을 본 3녀는 걸어서 골판지 밖을 나왔다. 작열하는 태양이 달궈놓은 보도블럭은 아직 자실장인 3녀의 발을 구워버렸지만 3녀는 아픔을 느끼지도 못하고 그저걸었다.
죽자.
일가족이 사라져버린 지금 그녀는 살 수 있는 방법도 없고 살아야할 이유도 없었다.
어떻게 죽을까?
여름철의 살인적인 태양광 때문에 본래같은면 자실장을 습격해야한 들실장들은 모두 그늘에 숨어있는 상태였다.
꼭 실장석에게만 죽으라는 법 없지
3녀는 계속걸었다. 걸어가는 것밖에 할수없었다.
갑자기 시아가 높아 진다. “...데치?” “요 꼬맹아 이렇게 더운데 혼자서 어딜가니?” “...닌겐상” 미국에서 유학중인 미카미 렌지는 여름방학을 맞이해서 집으로 돌아와 있었다. 친구들과 만나기 위해서 후타바 공원을 지나던 그의 앞에 온몸이 피칠갑이 된 자실장 한 마리가 데치데치 걸어오고 있었다. 사실 공원근처를 다니다 보면 피칠갑한 자실장 정도는 이상할 것도 없다. 머리가 반쯤 날아갔다던지 가죽이 다 벗겨져 버린 정도가 아니면 피칠갑 정도는 흔한 풍경인 것이다. 다만 인간을 보고도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마치 볼일이 있다는 듯이 가까이 오는 것은 아주 드문 경우였다. 실장석을 다루는 각종 서브 컬쳐에서는 사람이 지나가면 탁아를 한다드라, 아니면 먹을걸 요구한다더라 하는 상황을 자주 설정하는데, 사실 들실장 입장에서 보자면 SF영화 만큼이나 황당한 이야기이다. 그녀들이 성체가 된다고 해도 크기는 4배를 가뿐히 넘기고 힘은 비교하는것도 불가능할 정도로 차이가 나는 존재에게 가서 그런 것을 요구하는 정신나간 실장석 개체들도 분명히 존재는 한다. 다만 그런 개체들이 그런 말을 꺼내자 말자 걷어차여서 산산조각 난다든지 빠루의 일격에 머리가 박살나서 흩날리면 상식적인 실장석은 인간을 피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녀들도 생각 정도는 하고 사는 것이다. 물론 그런 상식을 알고있는 렌지로서는 자신이 집어들어도 얌전히 자신을 바라보고있는 이 자실장이 꽤나 별난 개체라고 생각됐다.
“왜 그러니? 뭐 할말이라도 있니?”
“죽여주는데치, 와타시는 죽어야 하는 데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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