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5일 화요일

격리구더기 - 자실장 던지기

 

"인간상..여기는 왜 오신 데스?"


"응. 통조림을 주려고 왔어."


"통..조림...데스까? 그게 뭐인데스?"


"음. 설탕에 과일을 절여서 깡통 안에 넣은거야."


"설탕에 절인 과일데스? 매우매우 좋은데스!"


복숭아 그림이 그려진 캔이 실장 앞에 놓인다. 친실장은 한참이나 깡통을 두들기더니, 울상이 되어 버린다. "열 수 없는데스...."


"아 , 깜빡했네." 남자는 코트 주머니에서 깡통따개를 꺼냈다. 퍽 소리와 함께 집게로 깡통에 구멍을 뜷는다. 탁 소리를 내면서 손잡이를 돌려서 깡통을 돌려 딴다. 팍 소리와 함께 깡통 뚜껑은 간단히 열렸다.


"이게 복숭아데스? 맛있는데스우! 국물이 아주 달콤한 데스. 혹시 조금만 더 주실수 있는데스?"


"응. 천천히 먹으렴. 여덟 개나 있단다."


"여덟개나 있으신데스? 와따시의 자들하고 하나씩 먹으면 숫자가 딱 맞는데스우...자들과 같이 먹어도 되는데스?"


남자는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너 먹으라고 가져온 건데...자들 거는 따로 있단다."


"알겠데스. 감사히 먹겠데스."


체리 통조림, 키위 통조림, 백도 통조림.. 색색깔의 통조림들이 뚜껑이 따인 채 친실장 앞에 놓인다. 친실장은 키위 통조림을 집어들고 마시다시피 꿀꺽꿀꺽 들이켰다. 이에 걸리는 부러운 키위 과육의 느낌. 달콤하고 부드럽다. 


"뭔가 단단한게 있는데스."


"씨인가 보지. 씹어먹어도 별 탈 없단다."


친실장은 씨를 와삭와삭 씹어먹었다. 씨를 씹으면 달콤한 물이 배어나온다. 이렇게 좋은 인간상이 있을 줄이야. 친실장은 콧노래를 불렀다.


"빨간 통조림이 넘어진데스! 물이 다 새는데스!"


"빨리 집어먹으렴."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체리 통조림이 넘어진 게 이상했지만, 친실장은 바닥에 떨어진 체리 열매를 주워먹었다. 와삭 와삭. 또 씨가 씹힌다. 쏟아진 국물까지 다 핱아먹은 실장은 다음 통조림으로 눈을 돌린다.


또, 아무도 손 대지 않은 백도 통조림이 알아서 넘어진다음 데굴데굴 굴러간다. "이상한 데스우..." 친실장은 캔을 잡은 다음 한 입에 털어넣었다. 우적 우적 와그작. 


"섞어먹으면 더 맛있단다."


뚜껑이 따진 파인애플 통조림, 코코넛 통조림, 딸기 통조림이 친실장 앞에 놓였다. 친실장은 제일 먼저 먹은 황도 통조림의 빈 깡통 안에 내용물을 모두 붓고 잘 흔들었다. 색색깔의 과육이 너무나도 맛있어 보인다.


"맛있는데스~진미인데스~" 친실장은 손에 끈적한 국물이 묻는 것도 신경쓰지 않은 채 손으로 내용물을 마구 퍼먹었다. 부드러운 과육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간다. 깡통에 가득 담긴 과육을 거진 다 퍼먹은 친실장은 바닥에 깔린 씨앗 몇 개를 발견했다.


"단맛 나는 씨앗인 데스~" 


친실장은 씨앗을 입속에 전부 털어넣고 우적우적 씹었다. 우그작, 우그작, 파킨.


파킨?



파킨 소리에 친실장의 정신이 돌아온다. 자기 앞에 서 있는 인간은 아까와 똑같은 표정으로 웃고 있다. 입 안에선 향긋한 과육 맛 대신 비릿한 생고기의 맛이 난다. 입 속에 뭔가 까끌까끌한 고체가 돌아다닌다.


친실장은 씹던 씨앗을 퇘 뱉었다. 빛을 잃어가는 위석 조각들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건, 머리에 동그란 구멍이 따진 채 뇌를 다 파먹혀 이미 죽어있는 장녀의 시체였다.


인간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다. 한 손에 든 깡통따개에선 과일 국물 대신 파란색과 빨간색의 피가 뚝 뚝 떨어진다.


친실장은 눈을 돌렷다. 아까 먹은 깡통은 일곱 개.


머리에 구멍이 뜷린 채 속이 텅 비어 죽어있는 자가 일곱 마리.


"아아아아아아아아ㅇ ㅏ ㅇ ㅏ ㅇ ㅏ 아 ㅇ ㅏ ㅇ 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아아아아악!!!!!!"


남자는 비명을 질러대는 친실장을 가만히 내버려두고 자리를 떴다. 


아직도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깡통따개는 골목 구석 쓰레기 봉지 위에 던져놓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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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몆 주 이후 공원을 다시 찾았다. 재미있는 실장이 하나 있다는 제보가 들어와서였다. 벤치에 앉아 담배불을 붙이자, 곧 눈 앞에 실장석 두 마리가 보였다. 죽을 힘을 다해 도망가는 자실장과 그 뒤를 쫒는 성체실장.


"살려주는데챠아! 살려주는테챠아으으악!" 


붙잡힌 자실장은 필사적으로 애원하지만 성체실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손에 쥐고 있던 돌로 자실장의 머리를 찍는다. 콱, 콱, 콱... 수십 번의 내려치기 끝에 자실장의 머리가 쩍 갈라진다. 그 틈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서 내용물을 파먹는 성체실장. 풀린 눈과 관리를 안해서 해진 머리카락을 보니, 정신에 어딘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성체실장은 남자의 눈길을 느끼자마자 먹던 자실장을 집어들고 남자의 앞에 와서 내밀었다.


"오늘은 감귤 통조림인데스~ 너무너무 맛있는 데스! 인간상에겐 항상 감사하는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