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그렇듯, 겨울은 매우 사나운 계절이다. 그건 비단 실장석 뿐만아니라 다른 동물들에게도 마찬가지이며, 유기견이나 유기묘도 마찬가지이다. 먹이를 구하지 못해 쓰러져 아사하기도 하며, 얼어죽는 경우 그리고 그나마 나은 경우가 차에 치여 죽는 경우이다. "마마! 와타치가 주워온 테치!" 자실장 한마리가 제 머리통만한 밤알을 주워 성체실장에게 내민다. 영양상태는 제법 괜찮은 모양인지 다른 자실장들에 비해 살이 제법 오른 편이다. "마마! 와타치도 주워온 테츄우~" 다행히 친실장의 자들중엔 분충이 없었던 모양이다. 집에있는 엄지들과 구더기들은 차치하더라도, 이 자들은 모두 착하고 귀여운 자들이다. 매일 씻겨주기 때문에 들실장이라고는 생각할 수도 없을정도로 멀쩡한 외모이다. "모두 알겠는 데스. 사녀도 오녀도 아주 잘해준 데스. 모두 이 봉투에 넣는 데스." 친실장은 새삼 눈시울이 붉어졌다. 독립 하기 전, 동생들은 모두 친실장의 친실장에게 잡아먹혀졌다. 언니들은 인간에게 밟혀 죽었다. 간신히 살아남아 독립했다고 생각했을때, 여름의 뙤약볕에서 첫번째로 낳은 자가 말라 비틀어졌다. 이후 천신만고 끝에 도달한 이 공원에서 겨울을 나고, 완연히 커져버린 몸을 가지고 봄바람을 쐬고있을때, 마침 땅에 떨어진 개나리가 그렇게 아름다워보일 수가 없더라. "모두들 잘 듣는 데스. 마마는 너희들이 정말로 자랑스러운 데스. 이제 곧 겨울이 다가오는 데스. 여태까지 모아왔던 식량도 전부 겨울때문인 데스." 평소에 호기심이 많아 이것저것 집으로 가져와 친실장에게 물어보던 삼녀가 묻는다. 적록의 오드아이에는 호기심이 가득하다. "마마! 겨울이 뭐인 테치?" 골똘히 생각한 끝에 답을 내놓는 삼녀 "아주아주 추웠던 테치~. 그래서 아침 운치가 힘들었던 테츄우..." 친실장의 겨울에 대한 설명에 자들은 깜짝 놀란다. 오늘 아침바람만 해도 자실장에겐 굉장히 날카롭게 느껴졌다. 그런데 더 추워진다니? 자실장들은 두려움을 느끼고 친실장에게 다가가 안긴다. 친실장은 자실장들을 보듬어주며 말한다. 그동안 모아왔던 낙엽들도, 쓰레기장에서 주워온 맛있는 냄새가 나는 흰 널빤지(만두 케이스)도, 수건 옆에 굴러다니던 황금색 솜옷(깔깔이)도 우리를 도울것이라고. 겨울에 대한 대비는 아무리 해도 모자라지 않지만, 이정도라면 만족할만 하다고. *** 인적이 드문 공원의 아주 외진곳에 있는 이 실장일가의 골판지 상자는 규모는 작지만 월동준비가 잘 되어있다. 친실장은 나이가 많은 성체는 아니지만 똑똑한 편에 속했다. 스티로폼이 차가움을 잘 막아준다는 것도 알아냈고 되도록이면 흰 널빤지가 보이면 집으로 주워온 까닭도 그 탓이다. "모두들 들어가기 전에 운치하는데스. 그렇지 않으면 집에 들어가면 밖으로 운치하러 나와야하는 데스." 자실장들은 재잘재잘 떠들며 집 뒷쪽에 있는 풀숲으로 들어간다. 친실장은 오늘 주워온 식료를 잘 밀봉해놓고 곧이어 집 문을 열었다. 놀랄정도로 조용하다. 엄지와 구더기가 보이지 않는다. "마마? 왜 안들어가는 테치?" 삼녀가 뒤에서 묻는다. 그러자 친실장은 삼녀를 조용히 시키고 집안으로 살금살금 들어간다. 그러자 구석과 틈, 각종 물건들 사이사이로 조그마한 움직임이 보인다. "요 장난꾸러기들, 마마를 놀래킬 셈인데스?" 그제서야 하나둘씩 기어나오는 엄지와 구더기들.
"마마는 안먹는 테치?" 장녀의 걱정에 친실장이 꺼내든 것은 튀김 부스러기였다. 떡꼬치와 비교하기가 무색하게 초라한 찌꺼기지만, 개미 으깬것 보다는 맛이 좋고 오늘은 양도 제법 되는듯하다. "모두들 맛있게 먹는 데스~" 간만의 진수성찬에, 자실장들의 기분은 날아갈듯 하다. 평소엔 구더기들에게 아주 적은 양의 음식밖에는 돌아가지 않았지만 오늘은 자실장이 간신히 다 먹을 양을 나누어 주었다. "밤톨은 먹기가 힘들고 양도 적은데스. 하지만 보관하기에는 안성맞춤데스~♪벌레들은 다 집으로 들어간 데스 자들에게 설명하며, 특히 장녀에게는 심혈을 기울여 지식들을 주입시킨다. 올 겨울을 나면 그녀는 중실장이 된다. 아마 여름쯤에는 독립하지 않을까 싶다. "데프프프프, 장녀짱은 걱정할것 없는데스." 장녀는 그런 어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른 자실장들과 bb탄의 총알을 주고받으며 노는중이다. 장녀는 다른 자매들과 달리 힘이 세다. 실장석이 세봐야 얼마나 세냐싶겠지만, 그들끼리는 그 작은 차이도 크게 느껴지는법이다. "구더기쨩 프니프니 해주는레후~" 식후의 프니프니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구더기의 일과였다. 엄지실장들은 각자 구더기 한마리씩을 안고 프니프니를 하려했다. 친실장은 엄지들을 대견스럽다는 듯이 쳐다보고 그들에게 말한다. "육녀와 칠녀, 오늘 식후의 프니프니는 마마가 해주는데스. 엄지쨩들은 언니들과 놀아도 좋은데스." 시끌벅적한 골판지 상자는 기쁨으로 가득 차있었다. 점점 해가 지며 밤이 깊어지고 있다. 기온이 점점 내려가고 한기가 공원을 뒤덮는다. 하지만 그동안 준비해낸 스티로폼과 낙엽들이 한결 추위를 막아준다. 그리고 비장의 황금빛 솜옷은 단지 추위를 막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잘때도 따뜻하게 해준다. "그럼 다녀오는데스. 조용조용 노는 데스. 시끄럽게 굴면 무서운 닝겐씨가 잡아가는 데스." *** 친실장은 매서운 밤바람을 참아가며 포장마차로 향했다. 낮에 자들과 함께 주운 식량도 물론 보존식량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했지만, 아무래도 자들에게는 좋은 것-인간의 음식-을 먹이고 싶다. 운이 좋다면 나무젓가락이나 이쑤시개같은 도구도 얻을 수 있다. "!!!" 톡 하고 떨어지는 물체는 종이 소주컵. 친실장은 빨리 달려갔으나 발이 빠른 다른 개체가 먼저 집어드는 바람에 허탕을 칠 수 밖에 없었다. 차례로 나무젓가락, 온전한 튀김, 어묵조각 등이 떨어지고 친실장의 봉투도 조금 불룩해졌다. "데에에...조금 아쉬운 데스, 하지만 과욕은 금물데스우..." 풀이 죽은 친실장은 터벅터벅 포장마차를 뒤로하고 걸어갔다. 무언가 뒤에서 빠른 속도로 친실장을 가격했다. "데갸악!" 얼빠진 소리를 내며 살펴보니 그것은 신문지 였다. 술판을 벌이다 작은 실랑이가 일어난 와중 튕겨져 나온 것이리라. 오늘은 정말로 운이 좋았던 데스~!"
"데덱!" 친실장은 우선 숨었다. 그리고 살금살금 다가간다. 그러자 눈에 보이는 광경은... "어이, 나와바! 아저씨가 마싯는거 주께~!" 골판지를 발로 툭툭 건드리며 행패를 부리고 있는 취객 두명이였다. 골판지가 아무리 튼튼해봐야인간의 발차기 한번이면 종잇조각으로 변한다. 친실장은 저번의 공원에서 그갈 뼈저리게 깨달았다. 자들은 지금 위험한 상태인게 틀림없다. "아, 술을 너무 마셨네~자,자, 애들도 기다리는데 들어가야지." 점점 목소리가 격해진다. 친실장은 큰 결심을 하며 인간들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위협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친실장을 알아챌 수 있을 만큼 큰 목소리로 말한다. "데스! 데스! 데샤앗!" "어 뭐야, 이건또 어디서 티어나와찌이?" 취객은 조금 장난끼가 발동했다. 처음엔 선행이랍시고 먹다남은 과자를 던져주려고 했는데, 이렇게 성체를 보고나니 장난을 치고싶어졌다. 그래서 남자는 과자조각을 들어 친실장의 눈앞에 대고 흔들었다. "데에에...." 남자는 과자를 던지는 척하며 뒤로 숨긴다. 하지만 친실장의 두뇌로는, 그리고 그 과자가 너무 먹고싶다는 생각으로 던져지는 방향으로 쏜살같이 내달린다는 생각밖에는 못했다. "데, 데에에... 없는데스. 어떻게 된 데스?" 남자는 다시 과자를 꺼내들어 흔들었다. 다시금 달콤한 향기가 그녀의 비강을 자극한다. 친실장은 다시 남자의 앞으로 쏜살같이 달려가 과자의 흔들림에 맞춰 눈을 흔들 뿐이다. "야,야. 그만하고 줘라~애 불쌍하다." 다시한번 남자의 팔은 풀스윙. '데샤앗!'하고 달음박질치는 짧은 친실장의 다리. 하지만 과자는 온데간데 없다. 친실장은 문득 짜증이 솟구친다. "왜 과자를 찾을 수가 없는 데스! 분명히 던진데스!" 취객은 옆의 친구에게 말려져,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떠났다. 친실장은 막판에 일어난 일 때문에 신문지를 주워온걸로 좋았던 기분이 전부 다운되었다. 터벅터벅이 아닌 터덜터덜이 어울리는 발걸음으로 골판지로 향했다. 추운 날씨지만 열심히 달린 탓이 친실장의 몸엔 땀이 흥건했다. "데에...여기가 천국인 데스?" 꽤 남은 과자 전부를 골판지 위에다 부어주고 간 것이다. 친실장의 미약한 행복회로로는 마치 과자집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데스웅~♡"하는 멍청한 소리를 내자 집안에서 자들이 오들오들 떨며 하나둘씩 나온다. 그리고 나온 자들은 끼뻐서 춤을 춘다. "테치~과자의 산인 테치~♡" 친실장은 행복회로의 감각에서 빠져나오며 자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목소리에는 아직도 들뜬 기색이 가려지지 않는다. "장녀, 차녀. 이, 이것들을 모두 정리하는 데스. 마마를 도와 데스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