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게 드세요!" 노란 머리의 중국집 배달부는 실실 웃으며 남자에게 돈을 건네받았다. 문을 쾅 닫은 남자는 현관에 놓인 음식 그릇들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밥상 위로 하나하나 옮기기 시작했다. 남자가 탕수육 접시의 비닐을 막 벗기려는 무렵 똑똑똑 소리가 들린다. 돈 계산이 잘못됐나. 문을 연 남자는 양아치같아 보이는 중국집 배달원 대신 비에 푹 젖어 오들오들 떨고 있는 실장 모녀 한 쌍과 눈이 마주쳤다. 남자는 무의식적으로 모녀를 걷어차서 내쫒으려고 했지만, 열이 오른 듯 얼굴이 시뻘건 자실장을 품에 안고 데스데스 거리는 친실장을 보고 멈칫했다. 데스우-데스우- 우는 친실장의 품 속에서 약하게 테-테- 소리를 내는 자실장. "....밥이나 먹고 가라." 남자는 어안이 벙벙한 듯 한 친실장을 집어서 현관 위에 내려놓고 문을 닫았다. --- 아내는 짬뽕을 좋아했고, 어린 아들은 간짜장을 좋아했다. 남자는 면 대신 탕수육을 좋아했다. 육 년 동안 짬뽕과 탕수육 하나, 이 년 동안 짬뽕 하나 간짜장 하나 탕수육 하나. 이제는 탕수육만 시키면 되는데 왜 평소대로 면까지 같이 시킨 걸까. 버릇인가. 회사 앞 중국집에서 동료 여직원과 짬뽕 한 그릇을 같이 먹던 때부터 비 오는 날이 되면 짱깨를 시키는 게 남자의 버릇이 되었다. 비 오는 날에 시작된 팔 년 간의 행복은 비 오는 날 과속을 하던 화물트럭과 아반떼의 충돌사고로 끝났다. 추운 바깥에서 와들와들 떨다가 따뜻한 집 안으로 들어온 실장 모녀는 기운을 좀 차린 듯 해 보였다. 어린 아들을 무릎에 앉히고 탕수육을 입에 넣어주던 아내의 웃는 모습이 보이는 건 왜일까. 어째서일까. 남자는 짜장면의 비닐을 뜯어서 자실장 앞에 놓았다. 짬뽕 그릇은 어미 실장 앞에 놓았다. 뜯다 만 탕수육은 손도 대지 않은 채, 남자는 실장 모녀가 음식을 집어삼키는 광경을 안주삼아 고량주를 한잔 두잔 기울였다. 마루의 TV에서는 주말 특집으로 "아빠 어디가" 가 계속해서 방송되고 있었다. 그 작은 몸으로 짜장면 한 그릇을 다 먹어치우고 숨을 씩씩 몰아쉬는 자실장은 이제 기운을 다 차린 것 같아 보였다. 친실장은 따뜻한 짬뽕 국물을 연신 들이키고 있었다. 남자는 담배를 피워 물었다. 담배 한 개피, 두 개피, 세 개피를 연이어 피며 빈 속에 고량주를 연신 들이키는 남자의 눈시울은 창 밖의 날씨처럼 젖어있었다. 짬뽕을 국물 한 방울 안 남기고 다 먹어치운 친실장의 배는 남산만하게 부풀어 있었다. 남자에게 감사하다는 듯 고개를 굽신거리며 데스 데스 우는 친실장.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던 남자는 주변에 굴러다니는 비닐 봉지를 열어서 탕수육을 전부 쏟아부었다. "갖고 가라." ----- 비가 그쳤다. 실장 모녀는 가로등 불빛을 맞으며 젖은 아스팔트 위를 나란히 걷고 있었다. 친실장이 메고 가는 비닐 봉투에서는 달콤하고 고소한 냄새가 난다. 아파트 구석 골판지 하우스로 돌아가는 길. 자실장은 친실장의 손을 잡고 데츄데츄 울었다. 인간상은 왜 슬퍼 보이는 데치? 자를 잃은게 분명한 데스. 친실장은 답했다. 인간과 실장석은 아주 달랐지만, 부모가 되본 자만이 알아볼 수 있는 그 눈빛만은 같았다. 애가 끓고 속이 탈 정도로 부러운 눈빛. 친실장은 조용히 자실장을 품에 꼭 껴안았다. 구름 뒤로 살짝 드러난 달빛은 서로를 안은 실장 모녀를 비추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