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씨팔것들 뭔 스티커를 이리 많이 붙여놔..." 남자는 툴툴거리면서 벽에 붙은 스티커 자국 위에 신나를 뿌렸다. 유기용매 특유의 독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걸레를 슥슥 문질러서 스티커 흔적을 지우면서 남자는 몇 번이고 기침을 했다. 신나에 푹 젖은 걸레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났다. 남자는 찡그린 표정으로 쓰레기장 한편에 걸레를 휙 던지고 갈 길을 갔다. 몇십 초 뒤에, 그 모습을 구석에 숨어 몰래 지켜보던 실장 한마리가 휙 튀어나와서 걸레를 집었다. 아파트 경비에게 들킬라, 집까지 부리나케 뛰어가면서 친실장은 계속 기침했다. 처음 맡아보는 지독한 냄새였지만, 이 추운 겨울날에는 보온을 위한 천조각이란 건 굉장히 귀중한 것이다. "쿨럭..쿨럭...마마가 온데스!" "마마 이게 무슨냄새인 테치?" 자실장 한 마리가 코를 막고 묻는다. "모르는데스. 하지만 오늘 밤은 따듯하게 잘수 있는데스." 걸레에서 나는 이상한 냄새는 골판지 하우스 안을 가득 채웠지만, 집에까지 뛰어오느라 탈진한 친실장은 그 자리에 그대로 쓰러져 잠들었다. "이상한 냄새테치-" 자들은 한동안 시끌시끌 떠들다가, 마마의 품 안으로 기어들어가 잠들었다. ------- 칠녀는 보드라운 이불 속에서 깨어났다. "기분 좋은 테치..." 졸린 정신으로 눈을 반쯤 떠 보니, 바닥에는 솜사탕이 가득히 깔려있었다. "꿈인게 분명한 테치..." 칠녀는 눈을 비볐지만, 바닥에 있던 솜사탕은 사라지지 않았다. 혹시나 하고 한 입 떼어서 입에 넣어본다. 보들보들한 솜사탕이 입 안에서 서서히 녹아 없어진다. 달콤하다. "솜사탕 천국인 테치이이! 마마! 오네짱! 일어나는 테치이!" 잠에서 깨어난 가족들은 주변을 둘러본 뒤 깜짝 놀랐다. 자신들이 있는 곳은 더 이상 어두컴컴하고 냄새나는 골판지가 아니었다. 핑크색 궁전 속에 서 있는 가족 위로 밝은 태양빛이 쏟아진다. 와따시들이 입고 있는 예쁜 핑크빛 옷은 걸음을 걸을 때마다 팔락팔락 소리를 낸다. 궁전의 바닥은 솜사탕이고 벽은 바삭바삭한 웨하스이다. "맛있는 테츙~" 칠녀는 바닥의 솜사탕을 계속계속 집어먹었다. 이녀와 삼녀 언니는 정신없이 과자 벽을 먹어치우고 있다. 마마는 구석에 놓인 상자 속에서 무언가를 계속해서 꺼냈다. "너희들 모두 배부르게 먹는데스우!" 마마가 상자 안에 손을 넣을때마다 콘페이토, 스테이크, 스시가 계속계속 나온다.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언니들 틈에 서서, 칠녀도 스테이크를 받았다. "고기 테치~" 스테이크를 한입, 두입 먹을때마다 고기맛이 입안 가득 번진다. "와따시 너무 행복한테치..." ---- 친실장은 다시 잠에서 깼다. 골판지 안은 추웠다. "데...?" 아까까지 자들과 맛있는 걸 원없이 먹은 건 꿈이었나 보다. "좋은 꿈이었던 데스..." 친실장은 씁쓸하게 혼잣말을 했다. 무언가 이상하다. 집 안은 이상할 정도로 춥다. 바닥에 깔아둔 낙엽이 없어졌다...? "낙엽! 낙엽이 없어진데스으으!" 친실장은 비명을 질렀다. "마마 뭐인테치..." 잠에서 깬 자들의 입 주위에는 낙엽 조각이 묻어있다. 집 구석으로 눈을 돌린 친실장은 골판지 하우스 구석에 구멍이 뻥 뜷려있는걸 발견했다. 구멍 사이로 차가운 겨울 바람이 숭숭 불었다. 친실장의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꿈이 아니었던 것일까, 와따시들은 뭘 본걸까. 가을 내내 모아둔 식량을 담아둔 상자에 손을 넣자, 바닥에는 먼지 한 톨 없다. 도토리, 말린 벌레, 풀, 전부 사라졌다. "데챠아아아아악! 겨울 양식이 전부 사라진데챠아아악!" 친실장은 비명을 지르고 또 질렀다. 자들은 겁에 질린 눈으로 마마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와따시들은 다 굶어죽는 데챠아아아아아악!" 친실장의 눈에서는 색색깔의 눈물이 흘러내린다. 골판지에 뜷린 구멍 때문에 환기라도 된 것일까, 하우스 안에서는 더 이상 신나 냄새가 나지 않았다. 구멍 사이로는 겨울 바람이 들어오고 자들의 비명 소리가 빠져나갔다. 마지막 자가 먹힌 지 일주일 정도 뒤, 한 번의 신음 소리를 끝으로, 골판지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