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5일 화요일

격리구더기 - 말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퇴근길 지하철역.


간단한 요깃거리와 잡동사니를 파는 노점상들이 역 계단 앞에 옹기종기 앉아있다. 평소와는 별 다를 것 없는 모습이다. 옥수수를 파는 할머니 옆에서 자를 들고 데스~데스 울어대는 성체실장 하나를 빼면 말이다.


이미 얼어죽은게 확실한 독라의 엄지를 들고 지나가는 사람을 향해 애처롭게 울어대는 친실장. 평소라면 무시하고 지나갔을 사람들도 동정의 눈빛을 한 번쯤은 보내고 지나간다. 날도 추운 데다가, 새끼가 죽은것도 모르고 필사적으로 살리려고 발악하는 어미의 모습에 동정심을 느끼지 못할 사람이 누가 있으랴.


"인간상 와따시를 도와주시는데스!"

"자를 살려주시는데스!"


쯧쯧 소리를 내며 안타까운 표정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 그 중, 사람 좋은 얼굴을 한 청년 하나가 친실장 앞으로 다가간다.


"무슨 일이니?"

"자가 아픈데스우...제발 도와주시는 데스! 하나밖에 안 남은 와따시의 자인데스!"


차마 품에 안긴 새끼가 죽었다는 말은 하지 못한 채 한참 말을 고르던 청년. 실장석에는 딱히 관심이 없었지만, 이 불쌍한 친실장을 놔두고 갈 수는 없었다.


"이러지 말고 우리 집에 와서.."

"잠깐만요."


뒤에서 이 광경을 흥미롭게 보고 있었던 남자는 청년을 제지했다. "네?" 황당해진 청년이 되물었지만, 남자는 청년의 말을 무시하고 실장석 앞에 쪼그려 앉았다.


"네 자는 이미 죽었다."

"뭐라신...데스? 자가...죽은데스? 데에에에엥..."


눈을 가리고 엉엉 우는 친실장. "그걸 말하면 어떡해요!" 뒤에서 청년이 화를 냈지만 남자는 바로 말을 이었다.


"보통 엄지가 하나 죽었다고 그렇게까진 울지 않지. 거짓말을 하고 있구나."

"아닌데스! 와따시에겐 하나밖에 남지 않은 소중한 자인데스! 데에에엥..."


남자는 코웃음을 쳤다.


"그래서 소중한 자를 뜯어먹었나?"

"데에엥..무슨..말인데스.."


남자의 손가락은 엄지의 양 발을 가리키고 있었다. 양 쪽 다 구두가 없다.


"실장석의 옷은 두번 다시 자라지 않지. 다리는 멀쩡한데 신발이 없으면 뜯어먹힌 다리가 다시 자랐다는 소리다."

"아닌데스! 동족에게 당하던 걸 겨우 구해온 데스!"

"그런 것 치곤 네 옷은 지나치게 깨끗하군. 말라죽은 네 자와는 다르게 영양 상태도 좋아 보이고. 그리고, 왜 두건을 두개씩이나 겹쳐쓰고 있는 거지?"

"자가 밥을 먹지 못해서 어쩔수없이 전부 먹은 데스... 두건은 여기까지 오는 길에 죽어있는 동족에게서 가져온 데스. 근데 왜 그런걸 자꾸 물으시는 데스우...데에엥...."


친실장은 거짓말쟁이 취급당하는게 서럽다는 듯 얼굴을 묻고 한바탕 울었다. 혀를 차던 남자를 보고 있던 청년이 마침내 화를 냈다. 


"이게 뭐하는 짓거립니까? 길거리에서 실장석 상대로 유도심문이라도 하는 거에요? 얘는 제가 데려갈 겁니다.


남자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고 발을 돌렸다. 얼굴을 묻고 울고 있던, 아니 우는 척 하던 친실장은 고개를 살짝 들어 남자가 가는 걸 확인했다.


치프픗. 소리를 죽여 살짝 웃었다. 저 인간놈은 집요했지만 새 노예가 될 놈이 쫒아내주었다. 이제 와따시는 사육실장이 되어 온갖 향락을 다 느낄수 있을 것이다.


망상에 취해 히죽대느라, 친실장은 옆에서 청년이 경악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


몇 걸음 돌려서 걷던 남자가 다시 몸을 돌려서 친실장 쪽으로 걸어왔다. 친실장은 재빨리 다시 우는 척을 했지만, 청년의 "역겨운 벌레새끼!" 라는 말에 다시 고개를 들었다.


바닥 앞에 침을 퉤 뱉고 가던 길을 가는 청년. "인간상! 인간상! 주인니이임!" 새끼마저 던져버리고 청년의 뒤를 쫒아가는 친실장. "누가 주인이야 이 새끼야!" 청년은 친실장을 힘껏 걷어찼다. 휙 날아간 친실장은 아까 떨어트린 엄지의 시체 옆에 퍽 하고 떨어졌다.


충격으로 데...데..소리밖게 내지 못하는 친실장. 남자는 친실장의 옆에 쪼그려 앉았다.


"인간을 속이다니 참 똑똑하구나. 하지만 바로 옆을 보지는 못하는군."

"너 때문인 데샤아아악! 똥인간 데샤아아악!"


슬슬 본성을 드러내는 친실장에게 남자는 웃어보였다.


"울음 소리부터 가짜인 것부터 좀 어떻게 해 보지 그래? 앞으로는 오로로롱 하고 울란 말이야."


낄낄대며 자리에서 일어난 남자는 친실장을 두고 떠났다. 친실장이 몸을 추스리고 일어날 무렵에는 퇴근 행렬은 끊기고, 장사치들도 좌판을 접고 집에 가려는 참이었다.


곧 거리에는 친실장과 엄지의 시체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친실장의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났다.


다음 날, 친실장은 여전히 지하철 역 앞에서 울어대고 있엇다. 차이점은 어저께는 들고 잇던 엄지의 시체가 오늘은 없다는 것 뿐. 사람들은 시끄럽게 우는 실장석 하나 정도는 무시하고 제 갈 길을 갔다.


며칠 뒤, 지하철 계단 구석에서 싸늘하게 얼어죽은 친실장의 시체는 청소부의 마대자루에 담겨 쓰레기장에 버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