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눌러 붙은 프라이팬을 들고 잠시 생각했다. 아까 요리를 한답시고 실컷 프라이팬을 달군거 까진 좋았는데, 가스불을 끄는걸 깜박해버렸다. 약불로 3시간 가까이 가열된 탓에 음식물이 프라이팬에 눌러 붙어, 철수세미로 비벼도 떼내지 못할 것 같다. 할 수 없이 버리는 수 밖에....... “한 이,삼년 썼나? 그래도 꽤 오래 썼네.” 싸구려 프라이팬을 보며 잠시 감탄한 나는 생각난 김에 음식이 눌러 붙은 프라이팬을 버리고, 새 프라이팬도 살 겸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문 밖으로 나갔다. 으아아. 한파 탓에 노출된 귀가 칼에 베인 듯 아렸다. 근처 마트에서 새 프라이팬을 사들고 왔을 때, 나는 짜증감에 머리를 벅벅 긁었다. 또 깜박하고 헌 프라이팬을 버리는 것을 깜박해버렸다. 그리고 칠칠치 못하게도 봉투에 탁아를 당해버렸다. 이어폰을 꽂고, 추위 때문에 잔뜩 움츠려서 걸어온게 화근이었다. 비닐봉투 속에서 프라이팬과 함께 튀어나온 자실장은 린갈을 갖다대주자 뭐가 그리 당당한지 [주인님, 키워주셔서 감사한 테츙]하고는 자신이 벌써 사육실장이 되버린 양 내게 넙죽 인사했다. 그리고 비닐봉투를 다시 둘러보더니 [근데 봉투 속에는 이딴 것 밖에 없는 테치? 마마가 말해준 테치. 인간씨가 들고 다니는 봉투 속에는 달콤달콤하고 쫄깃쫄깃한 것들이 잔뜩이라고. 근데 왜 주인님의 봉투 속에는 달콤달콤이 없는 테치? 혹시 거지인 테치?] 하곤 내게 물었다. [괜찮은 테치. 와타치는 마음 넓은 개념 사육실장 테치. 거지인 주인님이라도 참고 견디는 테치.] 내가 대답할 틈도 없이 나를 용서한 듯이 울어댄다. 나는 씻겨달라고 말하는 자실장을 툭툭 건드렸다. “할 말이 있는데 말야.” [할 말이 있으면 말로 하는 테치. 머리를 빗겨줄 때 외에는 함부로 건드리지 말아줬으면 하는 테치.] 난 너를 키운다고 말한적이 없다고 하려는데 너무나도 황당한 자실장의 반응에 나는 잠시 어버버 거렸다. 나는 ‘으챠’ 하고 일어나며 자실장의 목덜미를 잡아들었다. 자실장은 목이 졸리는지 “테켁테켁!”거리며 팔다리를 버둥거렸다. 그냥 밖에 내다놓으면 알아서 얼어죽으려나? 현관문까지 걸어가서 문을 열려고 할 때, 자실장이 소리쳤다. [혹시 와타치를 버리려고 하는 테치?] “그래.” [테에엣?] 당연한 듯 말하는 내 말에 충격을 받은 듯 놀라는 자실장. 자실장이 내게 따지듯 소리쳤다. [귀여운 와타치를 버리려고 하다니, 저능아인 테치? 와타치를 사육실장으로 만들어주기 싫었으면 처음부터 탁아를 당하지 말았어야 하는 테치. 그것도 모르는 테치?] 으음, 들어주고 있으려니 속이 끓는다. “말해봐. 왜 너를 키워야 하는지.” 내 물음에 자실장이 주저없이 말했다. [테프픗. 와타치는 사육실장이 되어야 할 권리가 있는 테치. 아니, 그러기 위해 태어난 테치. 마마도 와타치를 사육실장으로 만들기 위한 특훈을 시켜준 테치.] “특훈? 뭔데.”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내가 물었다. 자실장은 당연히 물어볼 줄 알았다면서 입가를 가리고 “테프픗”하고 웃었다. [와타치는 춤을 잘 추는 테치. 일단 와타치를 땅에 내려놓는 테칫!] 자실장을 내려놓자 자실장은 짧은 팔다리를 아무렇게나 휘두르며 춤을 춘다. 나름대로 추는 방법이라도 있는지 스텝을 밟긴 하는데, 그 모습이 영 아니다. 어느새 춤이 끝났는지 코를 쌕쌕거리며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자실장. [이건 발레인 테츄. 이젠 탱고를 보여주는 테치.] 다시 춤추는 자실장. 뭐가 달라진 건지 모르겠다. 그냥 버려버려야지. 나는 다시 자실장의 뒷덜미를 잡아들었다. [테에엥? 아직 와타치의 정열적인 탱고가 끝나지 않은 테챳! 이게 끝나면 살사와 왈츠를 보여주는 테치! 빨리 놓는 테치잉] 퍽. 순간 피가 싸늘하게 식었다. 자실장이 팬티에 손을 넣더니 녹색 분변을 집어 던졌다. 정확히 얼굴을 맞춘 녹색 똥은 잔뜩 경직된 내 뺨을 타고 목으로 흐르고 있었다. “이 똥벌레 새끼가. 춤추고 싶다면 춤추게 해주마.” [테프프프! 와타치의 무서움을 알게 된 테치? 계속해서 와타치의 메로메로한 춤을 지켜보는 테츄.] 자실장을 내려놓은 곳은 버릴 예정인 헌 프라이팬 위였다. 음식물이 딱지진 프라이팬 위에 내려진 자실장은 아까 추던 난잡한 춤을 계속했다. 나는 관심도 없이 프라이팬에 살짝 식용유를 두르고 가스레인지에 불을 붙였다. [주인님, 와타치에게 오일을 바르는 테치? 아무리 춤이 섹시하다고 해도 오일을 바르고 하는건 너무.......부끄러워서 와타치의 입으론 더 말 못하는 테츄웅~♥] 그것도 잠시. 프라이팬 위로 열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것도 모르는지 [와타치의 춤으로 스테이지가 뜨거워진 테칭♬]하고는 자실장이 내게 말했다. 여유로운 것도 잠시. 발바닥이 뜨거워진걸 눈치 챘는지 자실장의 스텝이 점점 빨라졌다. 스텝을 밟는 것 마냥 좌우 발을 계속 번갈아 뛰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두 발로 방방 뛰기 시작했다. “오, 탭댄스도 잘 추는데?” 싱크대의 물로 얼굴의 녹색 분변을 닦아내며 내가 비웃었다. [주인님, 살려주는 테치! 와타치의 아름다운 각선미를 자랑하는 발이 뜨거운 테칭] 자실장은 내게 달려와서 프라이팬을 타넘으려 했다. 프라이팬을 넘으려 손을 집자 손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자실장은 구두 탓에 늦게 눈치챘지만, 프라이팬 위는 이미 손을 짚으면 손이 익을 정도로 달궈진 상태였다. “테챠아아악!” 비명소리는 린갈이 없어도 이해할 수 있어서 좋네. 계속 몇 번이나 프라이팬에 손을 짚다가 자실장은 손이 익는 것을 감수하고 프라이팬을 타넘기로 결심했다. 비명을 지르며 프라이팬에 손을 짚고, 가분수의 몸을 기우뚱하고 기울여 프라이팬을 넘어간 찰나. 프라이팬에서 떨어지는 자실장을 뭔가가 집어 들었다. 내가 손에 든 뒤집게였다. 뒤집게는 간신히 프라이팬의 열지옥을 탈출한 자실장을 다시 그 위로 되돌려놓는다. 프라이팬의 정 중앙에 놓여진 자실장은 다시 탭댄스를 춰댔다. “춤춰라. 똥벌레야.” 나는 킥킥대며, 가스불을 약불로 낮추고 탈출을 하려는 자실장의 시도를 계속 방해했다. 후추를 뿌려 자실장이 맹렬히 기침하도록 만드는가 하면, 뒤집게로 툭 하고 밀어서 자실장을 쓰러트리기도 했다. 자실장이 쓰러지자 식용유에 튀겨지며 기름이 튀었다. 얼음을 던져주면 물방울이 맹렬히 튀는 와중에도 얼음 위에 올라서 잠시간의 행복을 만끽한다. 그러며 놀기를 잠시, 완전히 기진맥진한 자실장을 프라이팬에서 건져냈다. 자실장은 울먹이며 울었다. [와타치, 다시 공원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테츄. 더 이상 사육실장은 싫은 테칭.......마마, 마마가 보고 싶은 테치. 테에에에엥!] “그래. 돌아가.” 나는 다시 자실장의 뒷덜미를 잡아든다. 아까 같은 반항은 없었다. 축 늘어진게 반항할 힘조차 없어 보였지만........ 자실장을 집 밖에 내다놓자, 걷지도 못하고 아스팔트 위에 널부러진다. [마마, 이제 마마에게로 돌아가는.......] 겨우 힘을 내서 몸을 일으키는 자실장. 그리고 나는 그것을 지켜보다 프라이팬을 뒤집어 프라이팬에서 끓던 식용유를 자실장의 위에 부어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