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5일 화요일

사이러스 - 호실용품

 

나는 꽤나 시간을 들여 주의 깊게 인터넷 쇼핑몰의 카탈로그를 읽고 있었다. 녹색 실장석이 그려진 상표들로 가득한 카탈로그들은 ‘호실용품’이다. ‘호실용품’이라고 하면 생소하게 생각할 사람들이 많겠지만 실장석용 호신품이란 말의 유치한 말장난이다.

‘실장용 톤파’, ‘실장용 플라즈마 캐논’, ‘실장용 삼단봉’, ‘실장용 경보기’, ‘실장용 테이져 건’등 사람이 쓰는 물건을 실장석이 쓰기 용이하게끔 소형화 시키고 조작법을 간단화 시킨 호신용품들이 카탈로그에서 반짝거렸다. 그중 내 눈길을 끄는 것은 ‘실장용 최루 스프레이’다.

항목을 클릭해 들어가니 ‘들실장뿐 아니라 학대파에게도 효과만점!’이라는 문구와 함께 스프레이에 맞은 들실장이 반쯤 실신해서 일순간에 무력화 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잠시 고민 후, 나는 스프레이 구매를 클릭했다.


내가 호실용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어제 퇴근길에 만난 실장석 때문이었다. 잔뜩 찢겨진 옷에 똥투성이가 된 실장석 하나가 집 앞에서 엉엉거리며 울다가 내가 다가오자 안겨들며 내 바지에 분변과 눈물을 묻혀댔다. 문득 돌로 찍어버릴까 생각하던 중, 익숙한 실장석의 목소리를 듣고 잘 살펴보니 내가 키우는 사육실장인 미도리였다.

집에 있을 미도리가 왜 밖에서 똥투성이가 된 체 내 바지에 똥을 비비고 있을까를 궁금해한던 찰나, 미도리가 억울한 눈물까지 흘리며 데슷거렸다. 핸드폰을 꺼내 익숙하게 린갈을 켜자 미도리의 말이 린갈을 통해 번역됬다.

[......자가 전부 죽어버린 데슷. 데에에엥. 데에에엥]

“미안, 뭔 말인지 알아듣기 힘들어. 처음부터 다시 말해봐.”

린갈을 이제야 켰다는 듯 린갈을 흔드는 시츄에이션을 보이자 미도리가 데윽거리는 소리를 내며 다시 울기 시작했다.

[데에에에엥. 오늘 주인님이 사냥을 간 사이에 자들을 데리고 몰래 나간 데수우. 와타시가 아끼는 히메사마 드레스랑 노란 구두까지 입은 데스. 데욱! 데욱! 귀여운 와타시의 자들은 주인님이 좋아하는 노란색 옷을 입힌 데스. 노란색 옷을 입히면 병아리 같은 데스.]

계속 린갈을 통해 미도리의 말이 번역되지만 억에 받치는지 계속 데욱거리는 미도리 때문에 알아듣기가 힘들다. 나는 계속 다리에 달라붙어선 다리에 똥을 묻히기에 여념 없는 미도리를 밀어내며 린갈에 다시 집중했다.

[공원의 들실장한테 격 높은 와타시와 와타시의 자들을 자랑하고 싶었던 데스웅. 데우욱! 데욱! 그런데 들실장들이 와타시의 자들은 전부 잡아먹고, 히메사마 드레스까지 엉망으로 만든 데스. 데에에엥! 데에엥! 와타시의 자들이 전부 죽은 데스웅.]

다시 억에 받치는 눈물을 터트리는 미도리.

[와타시가 잘못한 데스. 귀여운 자들을 전부 잃어버린 데스우. 하지만 노력해서 더 이쁜 자들을 낳도록 하는 데스]

“아냐, 괜찮아. 자실장들은 곧 버리려고 하던 참이었으니까. 마침 잘됐어.”

[데에엑!]

그렇게 지나간 헤프닝이지만 미도리가 얻어맞고 돌아온 것이 마음에 걸린다. 마치 맞고 돌아와 쌍코피를 흘리는 아들을 둔 아버지의 심정이라고 해야 될까? 나는 들실장에게 린치당한 미도리를 생각하며 호실용품을 구매한 것이었다.


물건이 도착했다. 최루 스프레이 하나랑 충전용 최루액 두통이 도착했다.

도착한 최루스프레이는 의외로 작다. 실장이 쓸 수 있게끔 소형화 되고, 구조도 간단해진만큼 그냥 상대를 향해 겨냥한 후 스프레이를 압박하기만 하면 스프레이가 발사됐다. 학대파에게 효과가 있다는 말에 손에 살짝 뿌리자 상처에 소금을 덴 듯 쓰라리다. 아무래도 학대파에게도 효과가 있다는 광고는 사실 같았다.


그날 새벽, 최루 스프레이를 가지고 공원으로 향했다. 들실장은 동물답지 않게 영악한 구석이 있어서 사람이 등장하면 구석에 숨을 뿐 절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물론 수풀을 조금만 주시하다보면 티나게 숨어서 자신을 관찰하는 기분 나쁜 실장석을 발견할 수 있지만, 이놈들은 학대파와 일반인을 가릴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건 분명하다. 

나는 벤치에 앉아 린갈을 켜고 연기톤의 혼잣말로 “실장석을 키우고 싶은데 어디 귀여운 실장석 없을까?” 하고 중얼거렸다. 역시 이런거에 속아서 나타날 정도로 멍청한 놈이 있을 리가.......

있었다!

이 조그만 공원에 어디 숨어 있었는지 내 주위로 해서 반경 3~4m가 녹색 실장석으로 둘러 쌓였다. 수풀에서 튀어나온 녀석, 벤치에 숨어있던 녀석, 멀찍이 지켜보다가 다른놈들이 몰려들자 자기도 몰래 따라온 녀석, 뒤에서 밀어붙이자 가까이 오게 된 자실장, 그리고 자실장의 품에 안긴 구더기. 어떤놈은 어떻게 올라왔는지 내가 앉은 벤치까지 기어올라와 옷깃을 잡아당기며 아양을 부렸다.

그놈들의 행동도 가지각색이다. 

[와타치와 눈빛을 마주친 테찌! 와타찌를 키우고 싶은게 분명한 테찌!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테찌!]
[와타시를 길러주는 데스우! 많은 자를 낳아주는 데스!]
[떨어지는 데스! 분명 와타시를 선택할 것이 분명한 데스웃!]
[구더기의 마마가 이제부터 사육실장인 레후? 그러면 구더기도 사육실장이 되는 레후~♬ 사육구더기의 품격에 걸맞는 프니프니를 원하는 레후.]

실장 모녀 하나가 자실장을 내보이며 [와타시의 자가 보이지 않는 데스? 눈이 있으면 아름다운 와타시의 자를 보는 데스우!], [테치치치. 마마상, 저기 인간씨는 와따치에게 메로메로 된 것이 분명한 데칫.] 라고 소리친다.

어떤 놈은 못 들어줄 노래를 부르거나, 행사장 앞의 풍선인형이 더 잘 출 것 같은 흐느적 거리는 춤을 열정적으로 춰댄다.

이만큼 모였으면 되려나?

내 손에는 자그마한 실장용 최루스프레이가 들려 있다. 내 손에 들린 최루스프레이가  뭔지도 모르고 손을 쳐다보는 실장석들.

[말로만 듣던 콘페이토인 데치?]
[저건 콘페이토 아닌 데스. 콘페이토는 더 작고 동그랗게 생긴 데스. 저건 스시가 분명한 데스]

스프레이를 누르자 하얀 최루액이 분사되기 시작했다. 설명서에 따르면 총 분사시간은 30초. 

[달콤달콤한 스시 데.......게아아악! 와사비 데스으!]
[스시가 이런 맛일리는 없는 데챠아악!]

마치 번개가 떨어진 듯 최루액이 번진 부위부터 실장석들이 산불 맞은 짐승마냥 흩어졌다. 냄새만 맡은 놈들은 눈물과 콧물을 질질 흘리며 똥까지 지리며 도망갔지만, 그걸 얼굴에 맞은 놈은 호흡곤란에 걸린 듯 픽 쓰러져선 꺽꺽 거리고, 몇 자실장의 몸에선 ‘파킨’하는 소리가 났다. 쓰러진 자실장을 보며 당황한 친실장들은 자실장을 돌보려는 듯 혀로 자실장을 핥았다가 “데게야악!”하는 비명을 지르며 자실장을 내 팽겨치고 [물이 필요한 데쟈아아! 혓바닥이 불타는 데쟈아아악!]하는 소리를 내며 달아났다.

옷에 최루액이 묻은 놈들은 몸을 비비다간 옷까지 벗어던지고 몸을 벅벅대며 긁었다.

이정도면 효과는 충분하다.

아비규환이 된 공원에서 유유히 집에 돌아온 나는 미도리에게 최루스프레이의 사용법을 긴 시간에 걸쳐 설명했다. 분사구가 상대를 향해야 하며, 바람을 등지고 발사하라는 설명과 중요한 호신이란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고 피해가는 것이라는 충고까지 덧붙였다. 미도리는 사용법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어느 날 아침. 똥노예가 사냥을 하러 집을 떠나간 것을 확인한 미도리는 옷장에서 프릴 달린 파란색 드레스를 입었다. 저번에 들실장이 찢어버린 히메사마 드레스 다음으로 미도리가 좋아하는 옷이다. 노란색 가방엔 간식용 콘페이토와 회심의 무기인 최루 스프레이가 들어있다.

미도리가 굳이 공원에 나가려고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벌레만도 못한 들실장들이 미도리님을 경외하고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출근의 피크타임이 끝난 낮 시간대, 공원까지 가는 미도리를 위협할 만한건 없다. 보도를 통해 걸었으므로 차에 치일 위협도 적었고, 출근을 안 하고 밖을 나돌아다니는 학대파가 있더라도 굳이 사육실장임이 분명한 미도리를 건드리는 사람은 없었다. 미도리는 공원에 도착했다.

미도리가 공원의 중심부정도로 다가서 콘페이토를 꺼내 보란 듯 아그작거리며 씹어 먹었다. 며칠 전에는 자들과 함께 콘페이토를 먹으며 들실장에게 자신의 부유함을 자랑했던 것이 생각났는지, 미도리는 잠깐 콘페이토를 음미하다가 씹어 먹고 다른 콘페이토를 다시 씹었다.

들실장들은 한번에 미도리를 덮치지 않는다. 사육주가 근처에 숨어있는지를 살피고, 멀리서부터 달려오면 도망갈 것이 분명하기에 퇴로를 막고서는 천천히 다가왔다. 어느새 대여섯 마리의 들실장들은 미도리를 에워싸듯 서있다.

[데프프프! 저번에 와타시에게 엉망진창으로 얻어터진 분충 아닌 데스우?]
[테프프프. 분충 테치. 와타치의 마마에게 살려달라고 빌은 테치. 테프프프]
[사육실장 레후? 저번에 마마상이 준 사육 자실장의 꼬기는 맛있었던 레후. 생각만 해도 똥이 나올 것 같은 레후. 또 먹고 싶은 레후]
[순순히 와타시에게 사육실장의 자리를 넘기면, 독라노예로 만드는 선에서 용서해주는 데스.]

미도리는 며칠 전처럼 들실장들의 등장에 겁을 먹지 않았다. 차분히 가방에서 최루 스프레이를 꺼내들었다. 며칠 전의 악몽을 기억하는 들실장들은 그것을 보며 경악한다. 벌벌 떠는 들실장을 보며 미도리는 의기양양한 웃음을 짓는다.

[스, 스시 데수우! 스시가 나타난 데스!]
[아름다운 사육실장님은 와타시들을 용서해주시는 데스우......]

금세 비굴한 모습을 보이는 들실장에게 미도리의 주먹이 꽂혔다. 가분수의 실장석은 미도리의 뭉툭한 주먹이 툭 얼굴을 치자 기우뚱하며 뒤로 넘어졌다.

[똑바로 서는 데스. 데프프.]

넘어진 들실장을 향해 미도리가 명령했다. 들실장은 황급히 일어나며 [자비를 배푸는 데스웅. 스시는 싫은 데스.] 하며 간청했다.

[와타시에게 자비를 구하지 마는 데스]

미도리의 선언과 함께 최루액이 분사된다. 

아마 미도리는 주인의 설명을 제대로 듣는 것이 좋았으리라. “분사구는 상대를 향하게 해라.” 주인은 몇 번이나 설명했지만 미도리가 들고 있는 최루스프레이의 분사구는 자신의 얼굴을 향하고 있었다.


“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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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여성이 유사시에 호신용품으로 반격하다가 상대에게 빼앗기거나 자신을 향해 사용해서 피해를 입거나, 괴한의 분노를 사는 경우가 반수를 넘는 레후

호신용품 자체도 많은 사용 연습과 훈련이 필요한데, 때문에 호신용품을 '과신'하는 것은 분충인 레후

최고의 호신술은 위험한 곳에는 가지 않고, 있는 곳이 위험해지면 도망치는 것인 레후